미래에 대한 진지한 생각 (2)

지난 주, 지도교수님을 뵈었다. 저번에 노책 운영자님을 뵙고 나서 여러 모로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들어보는 게 맞을 것 같아서 교수님께 상담을 신청했다.

 

학교 생활은 나름 순조롭다. 현재 13학점을 듣고 있지만, 전처럼 조별과제나 발표를 회피하진 않는다. 약물의 힘일까. 어쩌다 보니 동아리도 두 개나 하고 있다.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가 더 능숙해진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회피하면 안 되겠다는 무의식 속 절박함이 만들어낸 결과일지도. 하지만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이걸 배우는 게 과연 쓸모가 있을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교수님께 최근 근황, 요즘 하고 있는 몸짓패 얘기, 다른 분들께 들은 조언과 진로 고민... 을 털어놓자 교수님께서는 연구실에 있는 서적 컬렉션을 보여주셨다. 책장에는 웬만한 헌책방을 방불케 할 만큼의 운동권 서적이 있었다. (치대 연구실인데도 불구하고!) 맑스-엥겔스 저작선집부터 시작해서 이론과실천사 판본 자본론, 수많은 레닌의 저서,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미하일 바쿠닌의 책까지. 몸짓패 동아리방에 있던 책보다 많았다. 지금도 현장에서 운동하고 있는 분들도 많지만, 지금 국힘에서 정치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고 교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 국힘 유력 대선 주자로 출마한 정치인도 한때는 전설의 학출 노동운동가였다.

 

변절한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힘으로 성공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능력이 있었으면 나도 진작에 노오력해서 과외하고 그 돈으로 주식 투자를 공부했겠지. "집회 나갈 시간에 과외나 알바를 했으면 지금쯤 경제적 독립을 하지 않았겠냐" 는 친구의 말을 들었다. 사실 경제적으로 독립할 자신이 없다. 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 (설령 그게 단순한 경제적 성공일지라도) 을 위해 피 터지게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 경쟁력이 없다. 능력이 없는데도 자기 자신을 과장해서 홍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내 능력도 아닌데, 남을 그렇게 속이고 싶지 않다. 내가 그나마 가지고 있는 내신 시험과 수능을 잘 보게 하기 위한 기술도 가르치고 싶지 않다. 소위 말하는 간판 따기 말고는 아무 쓸모도 없는 기술을 대단한 지식으로 부풀려 가르치는 일은 질색이다.

 

성공 같은 건 아무래도 됐다.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나는 투사가 되고 싶지 않고, 금뱃지를 달고 국회에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밥이나 먹으면서 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사회에서 밥이나 먹고 살려면 역시 투쟁만이 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