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진지한 생각 (1)

어제는 노동자의 책 운영자님을 만나 정세 토론회에 참여했다. 세월호 기억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중간에 토론회장을 나가면서, 나는 운영자님에게 되도 않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운영자님이 보기에 나는 아직 세상을 다각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먹물에 빠진 인텔리겐치아일 것이다. 나도 객관적으로 보는 내 모습이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학생과 청년이라는 세계에 갇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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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은 나에게 대학을 중퇴하고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셨다. 그 말을 듣고 그것이 괜찮은 선택지일까, 내가 그동안 대학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돌아보았다. 글쓰기 수업에서는 그럴 듯해 보이는 텍스트를 생산하는 법을 배웠다. '학술 공동체' 에서 기꺼이 써야만 하는 외피를 쓰는 법이다. 전공수업에서는 공간에 대한 인문학을 배운다. 교수는 대만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제국적 자본주의 질서가 초래하는 공간의 불평등에 대해 역설하고, 그리고 그와 함께 "학교 건물을 청소해 주시는 어머님들" 에 대해 이야기한다. 토론 수업 강의실에서 나는 나의 정치적 관점을 담은 의견을 제시하면 안 될 것만 같은 압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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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내 마음속에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동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닌 척 했지만 어쨌든 나 나름대로 어느 정도 노력해서 이 학교에 왔는데. 사회에서 우러러보는 간판. 부모가 자랑스러워하는 자식. 겉으로는 우월감을 전시하는 학우들을 혐오하는 체 하였지만 내심 간판으로 얻을 수 있는 안락한 삶을 원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깨어 있는' 책을 읽고 시위에 가끔씩 나가는 것으로 나 자신의 윤리성만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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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는 신자유주의의 문법을 거부하지만, 몸은 그것을 마치 세상의 공리처럼 체화하고 있다. 2차 노동시장에 한번 들어가면 저주스러운 삶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최대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죽을 듯이 노력하는 남들을 그대로 따라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서나 현장에서나 폐급이다. 양질의 텍스트를 생산해 낼 만한 능력도 없고,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일머리가 좋지도 않다. 남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운영자님은 오히려 폐급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는 거라고 격려해주셨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알아서 정글 같은 세상을 견뎌낼 수 있기에 세상을 변혁하려는 의지를 가질 이유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공감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무능력한 사람은 다르다. 경쟁 세상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이미 자신의 몸으로 느끼고 있다. 타인이 겪는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면서 공감할 수 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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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