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오랜만에 본가에 왔다. 자애로우신 교수님께서 1월 1일 수업을 빼주셔서 3일 연휴가 생겼다. 이번까지 놀고 진짜 공부 시작해야지...
집에 도착해서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버지께서 옛날 헤어스타일을 보여 주겠다며 장롱 속에 있는 두꺼운 사진첩 중 하나를 꺼내서 펼쳐 보였다. 옛날 카메라 특유의 색감은 그 시대에 살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진 찍기는 우리의 일상과 훨씬 가까워졌지만, 역설적으로 사진을 찍는 일은 너무나 가벼워졌다. 과거의 사진은 졸업식처럼 특별한 날에 카메라를 준비해서 찍어야만 했지만, 지금은 24시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기계에 손가락질 몇 번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인해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이 기본 256GB까지 늘어나게 되면서, 사진의 낭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갤러리 앱을 열어 보면 의미 없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때그때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카톡 캡처 내용이나 인터넷 글들이 그 많은 저장 공간을 채우고 있다. 옛날에 찍었던 사진들은 인화해서 사진첩에 고이 간직하지만,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은 물성이 없는 데이터로서 메모리에 저장된다. 우리는 어쩌면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할 기억들을 점점 잊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새해 해맞이를 하러 집 근처에 있는 절인 칠장사에 갔다. 국가 애도기간이라서 지자체에서 하는 해맞이 행사는 거의 다 취소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함께 살고 있다.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애도는 불가능하지 않다. 국가 애도기간이 과연 진짜 국가적 애도를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무언가를 위한 정치적 술책이었을까? 더 생각하지 않도록 하겠다. 아무튼 해돋이도 보고 떡국도 먹을 겸 갔다. 규모가 커서 놀랐는데, 꽤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7시쯤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고, 해는 약 7시 45분쯤에 떴다. 제발 마음 편하게 코딩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늘은 수많은 날들 중에 한 날일 뿐이고, 지구는 계속해서 태양을 돈다. 인간이 그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고 난 날에 1월 1일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특별하게 여길 뿐이다. 사람들은 새해 1월 1일을 맞아 새로운 결심을 하고, 서로에게 인삿말로 새해 복을 받기를 빌어준다. 새로운 마음으로 하는 새로운 시작이 성공하기를. 어떻게 보면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인간다움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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