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페퍼톤스 20주년 기념 연말공연 <TWENTY> 12/14 첫콘 후기

!!! 본 글에는 2024 페퍼톤스 연말콘 TWENTY 공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나는 한 초등학교 4학년부터 페퍼톤스를 좋아했다

모 문제푸는 프로그램으로 알게 되었다가 노래가 취향에 너무 잘 맞아서 입덕하게 되었다

연수로 따지자면 거의 8년 가량 되는군

 

중간에 탈덕 기간 (ㅎㅎ...) 이 좀 있어서 7집은 잘 안 들었지만

이번에 20주년 기념 앨범 <Twenty Plenty> 의 수록곡이 너무 좋아서 뒤늦게 재입덕을 했다

재입덕하고 나니까 포토이즘 생일카페 발매콘 등의 이벤트가 다 지나 있어서 슬펐다

 

예전에는 이장원을 더 좋아했는데 지금은 신재평이 더 좋다

안경쓰고 다정하고 밝고 작곡도 잘하고 기타도 잘 치고 귀엽고

이 외에도 아주 많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서투른 (죄송합니다) 목소리에서 나오는 진정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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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티켓이 너무 비싸서 갈 생각이 없었다

티켓이 거의 15만원? 연말콘 7만원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 돈을 주고 가야 하나?? 했다

 

근데

공연 5일 전 시험공부를 하던 중 갑자기 신재평이 보고 싶어 미치겠는 거다

반쯤 돌아버려서 양도표를 구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만 4천원 플렉스

 

덕분에 남은 12월을 10만원으로 보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행복하다면 o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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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잠깐 들렀다

집회 시작 1시간 반 전에 갔는데도 사람들로 도로가 꽉 차 있었다 이게 민심이구나 싶었다

 

중간에 동호회 분들과 함께 집회에 온 친구도 만났다

핫팩을 박스로 사서 몇백 개씩 나눔하고 있더라 참 멋있고 대단한 친구야

원래는 탄핵소추안 표결까지 보려고 했지만... '부탁드립니다 시민분들' 의 마음으로 먼저 자리를 떴다

 

 

가는 도중에 본 휘날리는 무지개 깃발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앞으로 세상에서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더 조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공연장 도착하고 나서도 조마조마해하면서 한참 sns와 메신저를 새로고침했다

입장 시간이 딱 국회에서 탄핵안을 개표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입장하시겠습니다 하자마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가결이었다

이 국가의 민주주의가 싹 다 폐기처분해야 할 정도로 썩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물론 충분히 썩어 있다는 것은 적어도 부 85표로 증명되었다)

일단은 마음 놓고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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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이 너무 예쁘더라

20주년이라고 힘 빡 줬구나

(근데 슬로건은 왜...)

공연장 앞에도 크게 현수막을 걸어 뒀길래 한 컷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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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 세트리스트는 20주년 기념 공연에 걸맞게 현재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 후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컨셉이었다

정말 꽉꽉 눌러담은 고봉밥 같은 선곡이었다

최대한 많은 곡을 들려주고 싶어했던 페퍼톤스의 고뇌가 느껴졌다

 

스트링 세션이 좋았다

롱웨이 콘서트 때 함께해주셨던 스트링 세션분들이 오셨다

그래서 긴 여행의 끝 / 롱웨이처럼 리얼 스트링을 염두에 둔 곡들이 세트리스트에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롱웨이 콘서트에서 처음 듣고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 스트링 버전 검은 우주!!!!도 연주했다

검은 우주 들으면서 물리천문학부를 가야겠다...! 고 생각했다

(물론 돌아가는 길 생각해보니 굉장히 터무니없고 비이성적인 망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음)

긴 여행의 끝 도입 스트링도 보통 태경샘이 건반으로 치시는데 리얼 스트링 라이브로 봐서 너무너무 좋았다

그리고 레디겟셋고처럼 누가 들어도 가상악기로 찍은 것 같은 오타쿠적인 스트링도 실제로 들을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조명도 예술이었다

내가 곡을 들으면서 어렴풋이 상상만 했던 무대 조명을 현실에서 구현한 듯한 모습이랄까

그래서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초기의 페퍼톤스는 화려한 사운드를 강조했다면 지금은 서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예전에는 엄청나게 화려한 베이스라인 넣고 쨉쨉이도 했다면 지금은 좀 더 담백해졌다

오늘 공연에서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졌다는 멘트를 들었는데, 그 마음이 곡에도 드러나는 것 같다

더 이상 부끄러움 없이 마냥 활기찬 모습만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거니까...

그래서 shameless와 세계정복을 안 부른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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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페퍼톤스라는 밴드와 함께 스무 살이 되었다

페퍼톤스를 좋아했던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니 2017년 초5때 아빠와 함께 갔던 연말콘 wish-list부터 6집 발매 콘서트, 여러 클럽투어와 페스티벌까지 모두 다 참 행복했던 기억들이다

 

내년에도 페퍼톤스 보러 가려면 살아야겠지

이번 달 같은 불상사가 생기지 않으려면 매달 2만원씩 따로 저금도 해야겠다

상쾌하게 FRESHMAN이라는 곡을 들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이제 내년이면 헌내기지만 33학점을 못 들었으니 아직 1학년이라고 하고 싶어진다

 

새로운 기분으로

자고 일어나서 또 내일을 시작해야지

 

 

Freshman

아티스트

페퍼톤스 (PEPPERTONES)

앨범

Freshman

발매일

2023.03.12